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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낚시/2021년

2109- 등에 꽂은 맛 -후곡여울

by *로빈* 2021. 6. 28.

토요일 비가 온다는 소식에 부모님 집에 가려고 했는데
아침 일찍 비가 그쳐 친척집 농지에 함께가
감자를 캐고
그자리에 들 깻모도 심고

감자를 캐내 몇 박스 집으로 가지고 왔다.

와중에 이웃밭 주인이 주차 문제로 텃세를 발휘
오랜만에 큰소리로 말 다툼을 했다.
정말 이웃을 잘 만나는것도 복이다.
나빴던 기분 빗물을 머금고 있는 산수국 보며 마음을 다스려 본다.

오늘 조행은 혼자가게 되었다.
이럴 때는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을 갈 생각으로 북한강으로 출발
방류가 조금 시원치 않아 걱정하던차
난데없는 톡이 하나 온다.
어디로 가실 거예요? 남한강 가려고? 하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이내 차를 돌려 3번 국도로 달려가 부론 남한강 대교 도착
아직도 안개는 자욱이 쌓여 사방이 분간하기 어렵다.

부론이 괜찮을 것 같아 잠깐 보니
역시 바리케이드는 굳건히 닫혀 있고
조사분이 한분 입수해 있는 것 같다.

가자 부르신 분이 좋아하는 여울로

방류량이 지난주 보다 30톤 정도 줄어서 수위는 약간 줄어있다.

그 안에 이분이 혼자 입수해 있다.
얼굴이 동그란 것이 아주 익숙한 실루엣이다.

그간의 조과를 말해주듯 돌어항이 크게 쌓여있다.
오늘은 얼마큼 채울 수 있을는지......

여름의 아침 풍경인데
마치 가을의 풍경처럼 물안개가 낮게 깔려있다.
더위에 비해 수온이 아직 많이 차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상체는 덥고 하체는 오글 거릴 정도로 춥다.

이런 전경 정말 좋다.
이곳에 와서 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가끔 와서 보는 전경은 마음을 안정시킨다.
누구처럼 낚시에 미치면 이런 전경 눈에 안 들어온다.
사진 잘 찍으시는 분이 이 장면을 본다면 기상 여건 맞아떨어질 때
이곳에 방문해서 멋진 사진 찍어 보는 것은 어떨지 추천해 본다.
대신 가슴장화와 구명복은 필수로 가져오셔야 한다.

혼자 입수해 있던 주인공은 이 친구다.
최근 가족의 건강이 좋지 않아 출조가 어려울 거라 했는데
다행히 건강이 회복돼 계획 없던 출조를 했다고
내가 내려가자마자 첫수를 낚았는데 바로 털려
첫수 털리면 재수 없다고 했건만
개의치 않고 입질을 바로 받아낸다.

지금까지 낚은 수천 마리 중 한 마리일 텐데 그래도 즐겁단다.

입질 포인트를 파악하더니 금세 또 한수를 낚아
2 연타로 누치를 보탠다.

두 번째 낚은 누치를 가만히 보니 아직도 추성이?
아니 추성이 돋아났다.
미묘한 시기 이 녀석들도 이제 인간을 닮아가는지
시도 때도 없이 연애 중이다.

그사이 또 다른 조사분이 등장해 이제는 셋이서 여울을 즐긴다.

방류량이 140톤 대 여서 지난주보다 훨씬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들어간 위치의 물살이 아주 약하다.
좀 더 들어가야 물살이 세지는데 그곳은 수심이 상당히 깊어 들어가기 힘들다.
이미 입수하자마자 나에게는 시련이 오겠구나 직감했지만
지난주 설망앞에서 따박 따박 입질해주는
사회성 좋은 녀석들이 있었기에 기대를 했지만
예상과 달리 설망앞에 오는 녀석은 단 한 녀석도 없다.
입수한 지 두어 시간 만에 20여 미터 지점에서 드디어 입질

두 자릿수 꽝은 면하려 최선을 다한 보람이 있다.
이제 면꽝

이곳의 누치는 나 왔다 하면 모두 대멍 66 사이즈
사이즈와 힘이 좋아 기대치가 그만큼 큰데
오늘 가만히 살펴보니 그 많던 가마우지가 잘 보이 지를 않는다.
피라미는 물론 누치 잉어까지 먹어치우는 녀석들인데
이 녀석들이 안 보이는 게 치어를 모두 먹어 치워
이러다 장 노년층 누치만 남아
머지않아 개체수가 적어지는 건 아닌지 괜한 걱정도 해본다.

한번 입질을 받아낸 후 또다시 그 자리 근처에서 두 번째 입질을 받아냈다.
아까 보다 좀 더 큰 67 사이즈
크기와 힘으로 이미 제대로 된 시즌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이때까지만 둘이서 타이기록 작성

가만히 있을 베가가 아니다.
한주 출조하지 못한 원한을 되갚듯 혼자만의 쑈가 시작된다.

앞태는 많이 봤으니 이번에는 뒤태

세번쩨로 내려오신 분은 오랜만에 뵙는 양반 선배님

맨 바깥 여린 여울에서 띄움 낚시를 하시더니 예사롭지 못한 입질을 받고는
힘 좋은 녀석과 한 바탕 몸싸움을 끝내고는 이내
소년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신다.

이제 오늘 목표는 일당을 하는 것
개인적으로 일당은 3 수로 정한상 태
다행히 오전 중 3수를 맞이 했다.

만세다! 오늘 일당 끝

60을 갓 넘은 녀석이지만
힘은 가장 좋았다.

점심 식사를 하자고 하니 마지막 한번 더 흘려 보자고 하더니
랜딩 후 나를 부른다.
나가 보니 칠자라고 계측을 해보겠단다.

결과는? 69

점심을 하러 올라가는 중에는
이런 수풀을 헤치고 올라가야 한다.
수십 년 전 전방 dmz에서 수색작전을 하던 기억을 떠 오르게 한다.

나는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었지만
베가는 급히 나오는 바람에 빵과 우유로 점심을 대신했다.
올라갈 때는 못 보았네 내려가며 보이는 꽃
개망초가 앙증맞게 이미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다.
꽃은 대부분 크고 화려한 꽃이 세간의 집중을 받는다.
그러나 크고 화려 할수록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못하고
반짝 끝난다. 게다가 지는 모습은
아주 추한 경우가 많다.
하나하나 꽃잎이 떨어지면 전체의 모습이 조화 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래 볼 수 있는 것이 더 예쁘다.
낚시는 나에게도 아름다움보다 예쁨이다. 언제 일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하고 싶다.

베가는 오전 중 6수 오후에는 또 6수를 했다.
오후 베가에게 교통사고 난 누치를 건져내기 위해
내가 따라 내려가 줄을 회수 해 주었는데

오전 3 수로 마감한 나는
오후에는 서너 번의 입질만 받고는 그렇다 할 조과가 없다.
모두 다 가시고 난 후 둘만 남은 시간
베가의 말대로 썰망을 야무지게 짜 주고는
줄을 흘리니 20여 미터 지점에서
툭 걸리는 느낌과 함께 줄을 40여 미터 단박에 치고 나간다.
얼마나 힘이 좋은지 대를 세울 수가 없어
바깥쪽에서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가 버티는데
다시 20여 미터를 쳐 내려간다.
베가를 급히 불러
터지든 말든 줄을 베가가 회수하고 감아 들인다.
아까와는 완전 정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묵직한 손맛을 직접 느낀 베가가 잉어 같다고 하는데

끌어올려 보니 67 정도 통통하게 살이 오른 누치
오늘 한 20여분간 인생 손맛을 보았다.

합사줄 한 칸 남겨놓고 줄을 감아 들였다.
이렇게까지 줄을 푼 것은 처음
덕분에 알리에서 구입한 합사줄 테스트 완전히 마쳤다.
장력 완전 합격
합사를 써보니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줄의 인장력이 없어
설장을 보호하는 면에서는 아주 양호하나
대신 마룻대에 전달해오는 충격은 아주 클 것 같다.
합사 사용하는 조사는 설장보다 마룻대가 빠르게 손상될 것을 주의해야 할 것 같다.

기쁨의 시간이 지나면
그에 상응하는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
돌아오는 길 아침 새벽 국도로 왔음에도
귀가 시간은 딱 두배의 시간이 걸렸다.
1시간 10분 왔는데 또다시 1시간 여를 가야 한다.
코로나 시대라도 일요일 출조는 당분간 자제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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