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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낚시/2022년

2216 - 행복의 기준/후곡여울

by *로빈* 2022. 7. 25.

여름의 한가운데 들어섰다.
분명 남한강이 잠을 깨고 활성화될 때가 될 것이 분명한데
지난주까지는 이렇다 할 조과 없이 올해는 지났다.

지난주 비가 부슬부슬 오던 부론에서
1년여를 썼던 모자가 방수가 안되는 것 같아
페브릭 왁스를 구입했다.

왁스를 전체적으로 살살 바르니 패커햇의 색감이 도로 되살아 난다.
잘 발라 줬으니 어느정도 생활방수는 가능할 것이다.

전체 조우들에게 사전 견지 장소를 물어보니
이친구들 모두가 짠 듯이 후곡이란다.
나하고는 궁합이 잘 안맞지만 후배들이 원하니
아침 일찍 강천을 눈으로만 지나치며 후곡으로 향한다.

오늘의 목적지 도착

후곡에는 이미 제일 막내 애프터가 새벽 4시 반에 일등으로 도착해 있다.

노인네 쓰시라고 깻묵 한판 내려 놓고 가서 아침 일찍부터 바닥에 주저앉아 한판 깨 본다.
누치가 벌떼 같이 달려 들기를 기원하며

하루 전 급격히 170톤 대로 방류량이 늘어 수위가 늘어 날것을 예상은 했지만
130톤대에 만든 돌어항은 잠겼고

장비를 내려놓을 만한 공간도 거의 없다.

아주 이른 시간임에도 여울에는 벌써 애프터 외 2분이 더 있다.
굉장히 부지런한 분들이 이었다.
내려가며 보니 한분이 랜딩중
오늘 활성도가 괜찮을것 같다는 희망적인 모습이다.

수위가 60여센치 올라오니 물살이 세져 더 들어갈 수는 없어 바깥쪽에 설 수밖에 없다.
일단 여린 물살에 자리를 잡아 본다.

실은 나도 첫흘림에서 30여 미터를 지난 지점에서 후킹이 되어
장을 한 10여 미터 탔는데 그만 장갑에 걸리면서 터져 버렸다.
첫수 털리면 안 되는데 결국 오늘도 첫수를 놓쳤다.
후곡을 사랑하는 후곡의 왕자 원재 아빠는 제대로 된 입질을 바로 받아내고
물가로 나와 이 지점까지 랜딩 후 바로 털린다.

오늘도 군기가 빠진게 틀림없는 베가는 제일 늦게 도착하여
젊음과 체력을 과시하며 제일 안쪽 센 물살에 성큼성큼 들어간다.
나는 부러워 보기만 하고 있었다.
옛날 어떤 조사는 자기 보다 안쪽에 절대 못 들어가게 했는데
불현듯 그 생각이 난다.

그러더니 보란듯이 도착한 지 20분도 안되어 걸어낸다.
고기 있다니까요? 하며
센물살에서 랜딩은 엄청난 체력이 소요된다.
앙 다문 입술이 현장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결국 강제 진압을 해서 끌어낸다.
힘도 힘이지만 저 강력한 누치의 힘을 견디는 채비도 대단한 것
웬만한 채비면 목줄이 터져도 바로 터졌을 터

좀 있다 다시 입질을 받아낸 베가가 이번에는 안쪽에서 버티지 못하고
바깥쪽으로 나와 랜딩을 한다.
아래쪽으로 쳐 내려가는 것이 잉어일 줄 모른다고
한참 너스레를 떨더니
요즘 누치가 이상하게 여울에서 치다가 다시 바깥쪽으로 돌아 나오는 경우가 있어
결국 수초를 감아 버린다.
교통사고 처리반 애프터가 출동하여 랜딩을 도와준다.

결국 녀석을 잡아 놓고는 스윽 견지대를 견주어 본다.
꽤 커 보인다.

재 보니 7자 오늘도 베가는 7자를 낚았다.
나는 언제 7자 잡아보나?

그렇게 먼저 온 4 사람은 두어 시간 동안 몇 번의 입질은 받았으나
베가가 낚은 거 외에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아점 먹으로 올라가자 올라가는 길에 달맞이꽃이 살포시 얼굴을 내 밀려는 모습을 찍으니
베가가 꽃 사진 찍으면 고기 못 잡는다고 찍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찍는다.

후배들이 먹거리를 준비하는 동안 요즘 과학 영농을 증명하는
드론을 이용한 병충해 방제 농약 살포 장면을 찍어봤다.
사진이 멀어 가운데 비닐하우스 밑에 조그만 물체가 보인다. 그것이 드론

기분이 좋아진 베가가 이럴 때 한잔해야 한다면서
앙성까지 나가 사온 앙성 막걸리
이 막걸리 목계나 조정지 갈 때면 꼭 사가야겠다.
단맛이 빠진 전통 생막걸리 맛이다.

오늘은 분명히 된다는 확신을 가진 베가는
깻묵을 더 챙겨 내려간다.
오늘 후곡의 활성도가 아주 좋다는 확신과
빠른 물살에 서있더니 깻묵이 이전보다 많이 소모된듯하다.

새벽부터 오신 두 분은 9시가 좀 넘자 5수 정도 하시고는 쿨하게 퇴장했다.
이제 우리들만 남았으니 자리 재 정비하고 오후에는
좀 더 집중해 보기로 한다.

수온이 오를 때로 오른 것이 확실하다.
지난주 황톳물에서 서서히 물색도 돌아오고
물이 한번 뒤집어지더니 수온도 확실히 올랐다.
마개를 물고 피라미가 인사한다.

점심을 먹고 나서야 드디어 내가 입질을 받아냈다.
떠있는 누치를 잡아 내기 위해서는 나의 시침을 바꿔야 될듯한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 내 패턴데로 다시 돌아오니 그게 쉽지 않다.

그래도 오늘 꽝은 면했다.
오늘을 더 즐겁게 해 준 녀석 고맙다.

애프터와 함께 여건에서 시행하는 이벤트
커플 견지에 참가 신청을 해놓아 일단 재보니 64-5 정도 이 정도로는 안된다.

올해 출조도 몇 번 하지 않았지만
조과도 그리 신통치 않아
이러다 견지계 은퇴를 선언할지 모른다는 농담을 할 정도였던 미산 바람
드디어 챔질 성공

강하게 버티는 녀석을 손쉽게 제압한다.

그런데 사이즈가 어마어마하다.
혹시 7자 하고 계측을 해보니
양 꼬리 전부 7자가 넘는 찐 7자다.
71.7 센티 드디어 미산도 7자 조사 등극
미산 7자 턱 기대할게

지금까지의 후곡은 오전에 활성도가 좋고 오후에는 신작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오늘 오전 베가 외 조과가 없던 터라
모두 각오가 대단했는지
오후가 넘은 시간임에도 원재 아빠 에게도 드디어 입질이 들어왔다.
처음 털린 때와 똑같은 랜딩 자세 마지막 바늘 털이의 모습이 익사이팅하다.

거 봐요 저도 낚는다고 했죠 파안대소하는 원재 아빠

이건 또 무슨 장면인가?
원재는 랜딩 후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안쪽에 있던 베가가 무슨 일인지 따라 나왔다.

내가 랜딩 하는 원재의 모습을 찍기 위해 나왔는데
누치의 입에 걸린 것이 원재 낚시 외에 또 다른 낚싯줄이 보인다.
좀 전에 안쪽에서 낚시하던 베가가 강한 입질에 낚싯대를 떠 내려 보냈는데
다행히 원재가 잡은 누치가 이 줄을 걸고 나와 내가 낚시대 일거라는 주문을 넣자
안쪽에서 바로 달려 나와 줄을 감 아들 인다 결국 떠 내려 보낸 무보대를 건져 올렸다.
베가 원재에게 한턱 쏴야 될 듯

오전보다 활성도가 엄청 살아났다.
쌍끌이는 기본이다.

사이좋게 둘이서 동시 랜딩 하니
이런 장면도 연출된다.

한동안 입질이 없었지만 자신의 자리를 고집하며
끈질기게 누치를 노리던 막내 애프터가 드디어 입질을 받았다.

커플 견지팀이라 파이팅을 외치며 길이 재보니 62 정도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연이어 입질을 또 받아냈는데

이번에는 66-7 사이로 조금 더 커졌다.

활성도가 좋아지니 파트너 바꿔가며 쌍끌이를 계속 연출한다.

잡고 나가고를 서로 반복하며 들락날락
나도 사진 찍으려 들락날락

결국 한 마리 잡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짠했는지
베가가 바깥쪽으로 나와 썰망도 짜주고 응원도 해줬지만 녀석들은 입질조차 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어찌저찌 하다보니
이렇게 트리플 랜딩을 완성했다.
저 강한 대가 저 정도 휨새를 낼 정도가 되어 나도 혹시 7자 내심 기대했지만

랜딩을 다하고 나서야

길이를 재보니 66 정도 힘 한번 제대로 쓰는 녀석을 만났다.

오늘 5명이서 정말 즐거운 낚시를 했다.
모두가 멀티 히트를 했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베가는 텐 멍을 다른 동생들도. 모두
5 수 정도 씩은 한 것 같다.

돌어항을 제대로 만들었다면 꽉 채워진 모습을 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오늘 이 즐거움 속에 예전에 비해 현격히 조과가 쳐지는 나는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질까?
후배들아 걱정마라!
삶의 과정이 행복인 것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같은 곳에 있어도 행복한 이가 있고
그렇지 않은 이 가 있다.

정말 행복한 사람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즐거워하는 사람
자신이 가진 것을 만족해하는 사람
하고 싶은 일이 있어 갈 곳이 있는 사람
그것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사람
그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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