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출근하며 올려다보는 관악산
몇년을 사시사철 봤지만 올라갈 생각은 해본적 없던곳
그러나 올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으며 집앞공원에서 운동을 하다 등산에 관심을 갖게되어
이곳 저곳 몇군데 다니며 600미터가 넘는 코앞의 관악산에
꼭한번 오르리라 벼르던 터 오늘(11월25일 토요일) 이 그날이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막상 날은 잡았는데
겨울이고 오후에는 비가 예보 되어있다.
장비도 잘 준비가 되어있지않고 초행길이라 다른날 갈까 잠시 갈등했으나
기온이 조금 오른 9시 40분경 일단 올라가 보기로 한다.
한 30분이나 올라왔을까?
그동안 매일 걷기운동을 하여 다리에 근육이 붙고
예전 담배피던 시절과 달리 숨이 차는 현상도 없어진것이
몇번의 등산을 통하여 검증되어 체력에 자신이 붙은 상태인데
오늘은 얼마 오르지 않았음에도 머리가 어지럽다.
수술이후 새로 생긴 증상인데 심한 운동을 하면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혈압이나 혈관계는 모두정상인데
일단 그냥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더이상 진행하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저 앉은 뒷모습 지금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내려가야 되나? 쉬면 좀 나아질거야! 아니면 올라가야되나?
일단 어지럼증이 해소될때까지 쉬어본다.
10여분을 쉬면서 간식하나 먹으니 괜찮을것 같다.
그래 올라 가보자!
한발 한발 나아가자 조금씩 고도가 오름을 느낀다.
이제 제법 올라왔다.
관악산 꼭대기 송신소가 눈앞에 잡힐듯 가까워 졌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어지럼증은 간데 없고 오히려 설산 등산의 기쁨을 만끽해 본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산등성이에 고고히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에 내 몸을 맡겨 본다.
한시간여 만에 이곳까지 올라왔다.
이제 올라온거리 보다 올라갈거리가 짧아졌다.
기온은 0도를 가리키고 있다.
그사이 날이 살짝 개인다.
송신탑도 더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산아래는 아직 눈보라가 치는지 시야가 흐리다.
기상센터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탑
일반인은 이용치 않고 기상센터에 오르내리는 인력이나 물자를 실어나르는것 같다.
하얗게 쌓인 눈을 보자 스키 생각이 절로 난다.
산등성이에서 일단 자세 한번 잡아본다.
옆으로 보이던 케이블카 탑이 저아래로 보인다.
과천시내도 훨씬더 잘 조망된다.
산 아래를 쳐다 보며 지레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길 잘했다고 생각 한다.
이제는 희미하나마 저멀리 제2 롯데월드도 보인다.
두꺼비 바위
두꺼비 바위까지의 코스중에는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 난코스가 제법있다.
특히 오늘은 기온이 떨어지며 눈보라가 휘날리고 휘날린 눈이 제법 바닥에 쌓인다.
장비도 변변치 않고 그흔한 발목까지 오는 등산화나 아이젠도 없다.
어쩌면 무모한 산행일지 모르나
조심조심 발밑을 보며 한걸음 한걸음 오르니 힘들기는 커녕
나름대로의 성취감에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에 바위산에서 사진을 찍는다.
날리는 눈이 따갑기 보다는 오히려 포근하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설경이다.
그러나 코스는 조금더 어려워진다. 뒤로 보이는 좁은 바위 틈새로 올라가야한다.
올라올때는 화창한 날이었는데
이제 이곳은 겨울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다.
금새 쌓여버려 자연 상태의 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본다.
요즘 애들 말마따나 인생샷하나 나왔다.
산에 올라가 그것도 겨울에 이런 사진을 찍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주암에 들어섰다.
대웅전 앞에는 엊그제 끝난 수능과 가족의 무사안위를 기원하는 연등이 수없이 달려있다.
연주암 처마끝
천수관음전
천수관음전 정면에서 본 전경 과천경마장이 바로 내려다 보인다.
효령대군 영정을 모시고 있다는 효령각
통일을 기원하는 종각
연주암에 앉아 쉬고 있는 등산객들
두시간의 등산을 한후 연주암 공양간에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다.
하나씩 가지고온 찬이 부페 같다. 꿀맛같은 점심을 게눈 감추듯 해치운다.
이제 연주대로 올라보자
연주암에서 보이는 관악산 기상센터 레이더
연주암에서 연주대로 넘어가는 계단을 보니 살짝 얼은것이 오후가 되면서 상태가 심상치 않다.
아쉬움은 크지만 연주대로 올라가는 코스는 다음 기회로 넘긴다.
준비가 부족하니 다음을 위해 여운이 남는 산행도 괜찮을것 같다.
과거의 절터 관악사지에서는 새로운 사찰을 축조하고 있다.
관악사지로 넘어가는 계단에서 찍어본 연주대 모습
관악문아래 사거리 이정표가 있는 이지점이
사당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코스인것 같다.
이곳으로 넘어가면 서울로 갈 수있다.
제법 눈이 쌓인 산 모습
양쪽 송신탑을 모두를 한꺼번에 올려다보고 하산한다.
내려오는 용마능선에 고고히 서있는 소나무 한그루
과천사람들은 이 능선을 불탄능선이라 부른다는데
10여년전과 최근 두번에 걸쳐 이능선에 불이 났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이 소나무는 곳곳의 불탄흔적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은 이곳에서
홀로 1/5 정도는 시커멓게 불이 탄 상처를 그대로 간직하고
상단부는 엄청난 화마에 내어준 예전 껍데기를 치료한 상처가 이제 새로 돋아나는듯
나무껍데기가 얇은 주황색으로 살아오르고 있다.
이나무가 나에게 오늘 등산한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는것 같다.
과천 시가지와 아파트 단지가 아침에 오른곳과 더불어 이제 눈에 다 들어온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시내 전경일듯
300이상고지는 분명 눈에 쌓여있는데 그아래로 내려오니 비가 내린다.
일회용 우의 꺼내 들어 대충 덮고 내려왔다.
눈도 그렇고 비도 상당히 많이 맞았는데 다행히 안쪽까지 젖어들지는 않아
춥지 않게 내려왔다.
오늘 이 초보등산꾼을 처음 부터 끝까지 동행해준
사우들에게 무한 감사드린다.
오늘 등산코스는 과천보건소 뒷편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자하능선을 따라 올라 용마능선으로 내려와 과천교회쪽으로 하산했다.
식사기간 포함 총 5시간 15키로 정도 걸었다.
산에서 내려와 따뜻한 커피한잔후 귀가중
겨울비 답지 않은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린다.
사방이 빠르게 컴컴 해졌다.
양재사거리로 나아가는 이길은 교통체증을 개선한다고 하며 몇년째 이런저런 공사중이다.
하나 끝나면 또하나 시작하고 이런식으로
평소 퇴근시에는 이 상황으로 엄청난 짜증이 나곤 했는데
오늘은 자연의 치유를 받아서인지 평소보다도 더 걸려 2시간 가까이 만에
집에 도착했지만 기분만큼은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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