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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낚시/2020년

2009 - 슬기로운 후곡 생활

by *로빈* 2020. 6. 29.

이른 아침 새벽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낚시 가는길

눈에 드리워진 남한강의 모습은 고즈넉하다 못해 적막감이 돈다

 희뿌연 전경에 오늘 더위를 예고하듯

물안개가 강심에 깔려 있다.

 

이게 뭐라고 !

전날 아침일찍 줄서서 기다려

마눌님께 드릴 조공을 확보 했다.

마일리지는 평소에 차곡차곡 쌓아 놓아야 만수무강에 지장이 없다.

 

도착한 후곡은 더 평화 롭다.

아침 햇살과 어우러지는 여울 모습은 전날 견지를 즐긴 조사들이 조과가 있었다는것을

알려주듯 터진 돌어항이 맞이한다.

 

그냥 바라 보아도 언제나 마음의 안정을 보이는 전경

건너편 별장에 살고 있는분이 누굴까?

항상 궁금해지는 곳

 

일출시간과 함께 이미 입수한 베가는

벌써 두시간째 열견중

입질도 없단다.

 

도착한 후곡의 모습은

항상 이렇게 바리케이트가 내려져 있다.

충주시장은 알겠는데 원주지방 국토관리청이 이곳을 관리하는지

처음 알았다.

 

오늘은 모두 네명이 모이기로 해서

전날 이곳을 관리하는 분에게 사전 양해를 구해

키를 받아 가지고 왔다.

멀지않은곳에 거주하고 계셔서 이른아침에 들러

키를 받아가지고 왔는데 생각보다 친절하셨다.

관리는 국가기관에서 하지만 관리인은 현지인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기에

이런 상황을 몰라 짐을 챙겨 이곳 후곡여울까지

오르내릴때는 왜 잠궈놨는지에 대한 불만을 가졌던것도 사실이다.

이곳을 자주 오다 보니 우연한 기회에 관리인을 알게되어

이런 호사도 누려본다.

 

첨언하자면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면 부탁을 할 경우

상대방이 들어 줄 수도 있지만 그러하지 않을수도 있다.

들어주지 않을 경우 대부분은 욕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들어 주었을 경우에

부탁한 상대방의 반응도 생각해 볼 문제다.

대부분 당연한듯 그냥 넘어간다.

안들어줘서 욕을 했다면 들어 줬을때는 감사 표시를 해야 하는것이

마땅한 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은 성의지만 음료수 한박스 내어 드리고 나왔다.

 

베가는 두어시간동안  

나도 30분 정도 시간을 흘렸지만 소식이 없다.

그때 제일 늦게 원재 아빠가 도착했는데

감곡의 방앗간에 들러

질 좋은 깻묵을 공수해 오자

평소 톰과 제리 마냥 케미를 보이던

베가가 왠 일로 정답게 깻묵을 깨 주고 있다.

이것이 오늘의 새로운 징조 임을 그때는 몰랐다. 

 

입질도 없고 해서

조금 이른시간 간식타임을 넷이서 가져본다.

아직 햇살이 뜨겁지 않아

이때만해도 타프 없이 노지에 앉아 취식하기가 괜찮았는데

 

간식타임을 갖고

입수해서 단지 첫 흘림에 30여 미터 지점에서 입질을 받은 원재 아빠의

견지대가 덜컹하더니 쉴새 없이 따발총을 쏴댄다.

80미터의 줄 중에 단 10미터만 남은 상황에서 다행이

녀석이 머리를 돌렸다.

줄은 70미터 나갔는데

조사는 200여미터를 돌아 나갔다.

저 밑에까지 내려간 두 조사는 과연 누규?

 

참 보기좋은 장면이다.

이런 츤데레가 없다.

따발총 소리와 동시에

들어가면 안나와 인 베가가 총알같이 여울을 벗어나

저기 저 아래 지점까지 친히 원재를 인도하신다.

바깥으로 나가지 말고 아래로 내려가를 수없이 외치며

녀석이 머리를 돌리고 잠시 숨을 고르는사이 

함께 등을 두드리며 릴렉스 릴렉스하며 토닥 토닥

 

가까이 가보니 줄다리기중

줄을 잡아보니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다.

그냥 버티면 위험할터

또다시 줄 잡기 신공으로 조금 녀석을 끌어 내준다.

 

이제 거의 다왔다.

마지막 마무리만 하면 대물을 볼 수 있을것 같다.

과연 어떤 녀석이 이리 오랜 시간을 버티고

400여미터 아래 이곳까지 내려 오게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좌 베가 우 로빈 이제 원재아빠는 무서울게 없다. ㅋㅋ

 

드디어 녀석의 항복을 받아냈다.

정확히 녀석의 좌측 뺨따구를 아주 쎄게 날려버렸다.

좋구나 좋아! 이렇게 좋을수가 없구나

에헤라 디야 지화자!

맨날 이리줘봐 만 해서 남들이 잡은 대물만 손에 쥐고

포즈를 취했는데

오늘은 정말 찐! 찐! 찐! 찐! 찐이다.

 

저 지난주 부론에서 미산바람이 올해 첫수를 잉어 6자로 시작했는데

원재도 올해 마수걸이를 잉어 대물로 시작했다.

그동안 동행출조 조사중 유일하게

잉어를 잡지못해 놀림감이 되었는데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남한강에서 잉어 잡아봤어?

아니 나는 아직 못잡아 봤어 ㅠ

 

보인다. 썬그라스와 마스크 뒤에 숨겨진 미소를

그래 즐길수 있을때 즐겨라

오늘만 살것 처럼

 

그냥 가면 섭섭하지

마치 골프대회 우승트로피 처럼

황금빛 대물 잉어를 쳐들고

후곡여울 만세를 외친다.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나는듯

 

남한강의 잉어는 누치와 마찬가지로 정말 잘생겼다.

세월을 이겨낸 지느러미와 유선형으로 곧게 뻗은

유려한 곡선

75센치가 넉넉하게 되는 7자 대물 잉어다.

 

사진찍느라 고생한 녀석을 돌어항에 넣고 쉴수 있도록 했다.

늠름한 위용이 대단하다.

 

가는정이 있으면 오는정이 있는법

6시간 동안 수천번의 챔질을 하며 입질을 못받던

베가에게 입질이 오자 이번엔 원재가 도우는중

 

조금만 더 우측으로 나갔다면 좋았을 장면

누치가 바늘털이 하며 일으키는 물보라를 좀더 역동적으로 담았으면 하는 아쉬운 장면

 

저 첫수 했어요

오늘은 장비도 제대로 챙겨 왔구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잉어가 돌어항에 잘있나 확인하러 갔더니

사람의 인기척에 놀라 스스로 돌어항을 부수고 남한강 품으로 돌아가는 잉어

 

잉어가 부순 돌어항의 흔적과 남아 있는 대멍 누치

 

10시경 반가운 조사로 부터 전화 가 왔다.

마침 대물 잉어를 정리하고 있는중이라 전화를 받았는데

우연한 만남의 주인공은?

일명 용왕의 아들이라 일컫는

덕이님

양반선배님과 두분이서 출조 상황을 묻기에

7자 대물이 나왔다고 알려주니

바로 이곳으로 들어왔다.

역시 용왕의 아들 답게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한녀석을 끌어낸다.

 

전혀 긴장감이 있지 않아 보이고

오히려 반바지만 입고  이 추운 남한강 물에

입수한것이 대단한 체력가 임을 증명해준다.

 

올려보니 5자 잉어

덕이님에게 이정도는 조족지혈이다.

 

돌어항에 녀석을 놓아주는 뒷모습에서

내 눈에 잡힌건 등에 꽂힌 견지대 채비

포맥스 추에 황동 6파이 7호 정도되는 아주 작은 추를 달았다.

약한 흐름에서 흐름을 느끼고  작은 만큼 추의 무게를 느끼기 어려울것이니

채비의 안착을 더욱 잘느끼려는 방법인것 같다.

 

이런 채비로 잉어 1수 누치 3수를 단박에 낚는다.

채비에 대한 귀한 모습을 머리속에 담는다.

나이가 들면 감각도 상황에 대한 판단도 무뎌진다는

뼈때리는 말씀도 공감하며

 

그옛날 배견지 초보시절

본 채비는 뒷돌내리고 썰망내리고

대추 추 2개 정도를 달아 바닥을 찍으면서

누치를 잡던중

선베 조사가 신기한것 보여준다며 썰망을 배에 매달고 흐름에 맡긴후

작은추를 달아 수면위로 채비를 흘리자 누치가 입질하던기억

지금은 썰망을 내리지 않고 매달아 띄우니

미끼가 흘러가는 지역에 고기가 몰릴터

그곳을 찾아내는 판단이 조과를 좌우 할것 같다.

 

말을 나누던중 이제는 나의 전성기가 지난것임을 실감했다.

덕이님과 내가 7년 정도 차이나서

내가 7년 전을 상기해 보니

나의 전성기는 10-5년 전이었던것 같다.

 

지금 덕이님은 아마도 자신의 전성기를 누리는것 같다

하지만 나 자신을 생각해보니 앞으로

이렇게 견지를 즐길수 있는것이 얼마나 될지?

아마도 길어야 5년-10년 정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도 열정이 식을 일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앞으로 보다 현재의 나날들이

최고의 전성기 이기 때문이다.

 

한 친구는 교통체증으로 또 한 친구는 더이상 바랄게 없는지

일찍 자리를 뜨고 나서

베가는 다시 입질을 받았다.

 

해가 머리뒤로 내리쬐는 상황 서산으로 이동한 시간이다.

 

오늘 나름 면꽝하려고 열정적으로 수천번의 챔질을 했지만 나에게

입질은 오지 않았다.

물흐름 썰망위치 아! 오늘 시작할때 썰망 하나 떠내려 보냈다.

그게 오늘 나에대한 시그널 이였는지 모른다.

그덕에 바로 옆에서 낚시하던 원재 아빠가 대물을 했을수도

 

그리고 견지대 채비등등을 종합해서 내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해 봐야 될것 같다.

덕이님의 채비는 지금 현재의 나의 채비와는 완전히 다른 채비 였기 때문이다.

 

최근 목이 아파 물리 치료를 다니고 있는데

내 모습을 보니 목이 왜 아픈지 알겠다. 

컴퓨터가 아니라 누치 잡다 거북목 생긴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길은 항상 이렇다.

그래도 즐거운 낚시 생활을 할수 있다면

이런 수고로움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집에 도착했지만 오늘 비록 조과가 없었다 해도

피곤함과 스트레스는 없다.

코로나 19로 인해 일상이 변해 버린 지금

이정도의 즐거움을 가질수있는것은

다행히 견지라는 취미와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친구들과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갈지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체질이 바뀌었나? 뙤약볕아래에서 타프도 없이

점심을 먹어서 그런지 햇빛 알러지가 생겼다.

어닝을 설치 하라 ! 설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