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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낚시/2021년

2123 - 단풍 後遺症 - 후곡여울

by *로빈* 2021. 10. 25.

주중 사모님 생신에 딸이 예약해준 식당에 가니 이런 카드를 내준다.

식당의 세심함에 감사드리고

원님 덕분에 나도 나발 같이 불었다. 오마카세 아주 맛있다.

토요일 개인 업무 마치고 일요일 아침 길을 나선다.

가을답게 거의 목적지에 다와 가지만 안개가 자욱하게 가시지를 않는다.

늦가을 이미 추수가 끝난 논에는 서리가 가득 내려앉아 있다.

도착한 후곡에도 역시 안개가 내려 앉아 아직 여울이 분간 되지 않는다.

지난번 환생님께서 내어 놓은 물품중 평소 허접한 수장대를 가지고 다녀

여러 번 지적을 당했던 원재가 튼튼한 3단 수장대를 수령했다. 증거를 위한 인증샷

환생님께 단단히 후사해야 할 듯

아무도 오지 않는 후곡에 다섯이 둘러앉아 어묵탕 끓여 두어 시간 지난 이야기 하며

여유 있게 있으니 서서히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이제 약속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후배들이 열심히 깨어준 깻묵을 썰망에 담고 드디어 내려간다.

제일 먼저 베가가 입수하고 원재 미산이 그 뒤를 따른다.

조금 더 지나면 태양 빛에 피어오르는 안개의 장엄한 장면을 볼 수 있을 텐데

오늘은 그런 장면이 연출되지 않는다.

모두 자리 잡고 집중하기 시작

예외 없이 맨 바깥쪽 여린 여울에 내가 자리를 잡았다.

100톤 초반의 방류에 여울이 여려져

썰망을 바닥에 놓을 여건은 아니기에 나도 띄움 견지를 시도해본다.

물이 빠져 기존 돌어항이 모두 노출돼 맨 먼저 잡는 사람이 돌어항 쌓기로 하고 시작

입수하고 20여분 지났나?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맨 먼저 15미터 지점에서

내가 입질을 받았다.

와우! 오늘은 내가 1등
응? 돌어항 쌓아야 하는데 그래도 기분은 좋다.

돌 여기저기 주워다 원재와 함께 열심히 쌓았다.

오랫동안 돌어항 만들어 놨더니

기회를 적당히 기다린 한 친구가 돌어항 쌓자마자 한 녀석을 들여놓는다.

돌어항이 이렇게 전부 노출되어 있다.

수위는 더욱 안정적이 되어가고 물색도 아직은 좀 더 돌아와야 될 것 같다.

그런데 훈련을 할 예정인지 안보이던 노란 깃발이 꽂혀져 있다.

두 번째 녀석을 돌어항에 넣은 주인공은 바로 이 아저씨

뭘 수고롭게 돌어항 쌓아요 천천히 잡아도 되죠 ㅋ

그리고 감 잡았는지 이내 바로 앞에 있어요를 외치더니

또다시 한수

그래! 베가 가 랜딩 하러 나간 사이 그 자리로 좌로 일 크릭크 이동해서 무겁게

챔질을 시도하던 애프터도 바로 히트

사진에서 현재 후곡의 상황이 보인다.

일 시침에 일 청태가 걸린다.

그 어려운 청태의 공격을 벗어나면 일정 지역에서 다소 느리지만 툭하고

입질을 해대는 누치

사이즈는 대멍 후반인데 그 예전 어깨가 큰 조폭 누치의 모양은 아직 없고

길고 마른 누치가 보인다.

이제 1+1+2 네 마리가 입수

그리고 또다시 30미터 지역에서 들어온 입질

감아들인 줄에 청태가 엉겨 올라와 무게감이 엄청 커진다.

배가의 법칙

애프터 1 나 2 베가 4 총 7수 입수 중

보통 낚시 중에도 누군가가 들락날락 했던 후곡이지만

청태 많다고 소문났는지 점심때까지는 아무도 오지를 않았다.

입질이 다소 뜸해지고 피곤한 베가는 낚시 중 처음으로 이른 귀가를 결정하고

청태도 더욱더 기승을 부리니 주린 배를 채우고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후곡의 가을은 아직인 것 같다.

건너편 나무들이 헐벗은 상태가 돼야 시즌이 끝날 것 같은데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내려올 때와 다른 뒷모습 오늘 후곡의 왕자는 결국 꽝을 쳤다는 후문

준비해온 밀푀유 나베를 끓여 또다시 두어 시간 이야기 꽃을 피운다.

같이들 낚시를 다니며 오늘처럼 서로 간의 이야기꽃을 아침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피운 것이 처음인 것 같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으니 모두에게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가을은 깊어만 가고 하늘은 점점 더 높아지는데

봄의 시작점에서 여름이 되면 괜찮겠지?

하다 또 가을이 되면 나아지겠지 했건만

올해의 남한강은 기대를 저버리고 그저 지금의 상황으로 끝날 것 같다.

점심때 쯤 조정지에 들렀다 3분이 추가로 오셔서 한분만 두어마리 낚고

오후에 들어 늦은 시간까지 애프터와 둘이 열 낚했지만

애프터만 두어 수 올린 사이 나에게는 입질 조차 없이 끝났다

집에 가서 끓여 드시라고 손수 만든 누룽지를 선물 받았다.

아무런 가미가 되지 않고 쌀로 만든 무 공해 누룽지라 더욱 믿음이 간다.

귀갓길 교통 체증이 상당하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상황에서의 체증에서 단연코 1등인 체증이다.

코로나가 만든 단풍 후유증이다.

갈 데가 적고 갈 곳이 정해진 지금 모두가 단풍을 보러 나온 것 같다.

우리가 언제부터 단풍 민족이었는지 ㅎㅎ

결국 아침에는 1시간이면 족한 거리를 3시간 넘게 걸려 도착했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저 이 상황도 즐기면 되니까. 지금이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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