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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낚시/2022년

2222 - 기쁨과 즐거움의 차이 /후곡여울

by *로빈* 2022. 10. 17.

벼르고 벼르던 주말이 찾아왔다.
가을의 남한강은 조사를 한껏 들뜨게 하는 계절이다.
나는 낚시로 나가지만 이 한적한 시골길에 차량이 그득하다.
다른 분들은 아마도 골프 치러 가는 것 아닐까?

안개로 여주의 들녘은 고요하다. 한편은 추수를 이미 끝냈고 다른 한편은 아직 추수하지 않는 누런 들녘

강으로 접근하는 도로에도 아직은 안개로 자욱하다. 그래도 온기가 느껴지는 것이
오늘의 조과를 기대하게 하는 날씨이다.

올해 가장 많이 방문한 후곡에 오늘도 또 왔다. 나하고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여울이지만
후배들과 함께 오기에는 조사들이 설 수 있는 자리가 많은 후곡이 더없이 좋은 여울이다.

동이 트기 전부터 오신 분들이 벌써 네 분이나 입수한 상태

나도 그들 사이에 다소 빠른 물살이 있는 중간쯤 자리를 잡아 본다.
오늘의 방류량은 95-100톤 정도

이른 아침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제일 먼저 온 애프터가 입질을 받아낸다.
이제부터 청태의 계절이 시작됨을 증명하듯 채비에 미역 줄기 만한 청태가 달려 나온다.

온견에 참여한 애프터 커다란 7자 하나 올려 꼭 1등 하거라!

항상 여유 있게 등장하는 후곡의 왕자 원재아빠 역시나 4등으로 입장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그동안 조사가 늘어 이제는 7분이 입장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선 베가 늦게 일어나 이곳까지 오는데 3시간 걸렸단다.
단풍의 후유증이 서서히 생기기 시작하는 시기

모두가 예상했지만 제일 늦게 와서 제일 많이 잡을 것 같은 베가
안쪽의 여린 물살에서 계속해서 연신 입질을 받아낸다.

또다시 입질을 받고 랜딩 그러나 입질이 예민해서 인지 5-6번 계속해서 털린다.

이제는 안개가 완전히 걷혔지만 나는 베가가 오기 전 한 번의 입질에 정말 커다란 누치를 걸어 올렸지만
이제는 완전히 몸을 만든 누치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마지막 바늘 털이에 묶은 바늘이 터져버린다.

바깥쪽의 애프터가 잡은 누치 더 많이 잡았는데 힘이 넘치는 누치들이 돌어항을 깨 부시고 나가 버린다.

11시경까지 나는 별 소득 없이 오전을 보낸다.

이제 점심을 먹으러 올라갈 시간 내려올 때 보지 못했던 산국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나의 손길을 기다린다.

그 옆에는 서서히 꽃잎이 떨어져 나가는 쑥부쟁이가 나란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제 가을도 서서히 지는가 보다.

순댓국에 삼겹살에 대하까지 오랜만에 푸짐한 상차림으로 두어 시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가을걷이를 마친 들깨를 말리고 있는 모습 농부의 수고가 연상되는 장면이다.

오후의 조과를 기대하며 이제 여울을 향해 비장한 각오로 내려가 본다.

이제는 수온이 올라가 그런지 얌전해진 누치들 다른 분들이 그사이 두어 수 정도 더 잡아 놓은 것 같다.

지난주만 해도 물색이 안 좋았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되어 물색은 90% 정도 투명도를 회복했지만
청태는 극성을 부리고 한번 내림에 한번 걸린다. 청태를 피하는 것이 급선무

초반 설걸린 입질에 계속 털리던 베가는 오늘도 가볍게 텐멍 달성
오후에는 나도 조금 여린 물살 쪽으로 이동을 해본다.

드디어 두 번째 입질을 받아내고는 첫수를 털렸기에 신중하게 랜딩 첫수보다는 사이즈가 작아서 그런지
수월하게 오늘의 첫수를 낚아 냈다.
베가가 신경 써서 구도를 잡아 줘서 아주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어 주었다.

좌측으로는 미산과 애프터 우측으로는 원재와 베가가 각각 낚시 중

오후 1시 이후 입수를 했을 때 바람도 잔잔하고 기온도 따듯해 기대했지만 베가와 애프터 이외에는 입질을 받지 못한다.

진작에 알려주지 입 다물고 있던 베가가 선배님 추를 다소 무겁게 써야 합니다를 시전
그리고 12미터 권에서 입질을 한다고 귀띔을 준다.
선배가 헤매고 있으면 진작에 알려줘야지 입수한 지 4시간이 지나서야 알려주는 건 뭔지 ㅎㅎ
추를 조금 더 무겁게 하고 8미터 9미터 이쯤이면 물어 줘야 하는데 하고 시침을 내리는 순간
거짓말 같이 입질을 받는다.

오늘 멀티 히트 달성

정말 5명 모두가 올해 들어 가장 오랜 시간 낚시를 했다.
해가 떨어지기 직전인 5시까지 모두 열 견을 했다.

내가 먼저 나와서 찍은 사진 석양에 물든 여울 건너편 산에 이제는 약간의 단풍이 들기 시작한 시점

오늘 5명 중 3명은 조과가 있었고 나머지 두 명은 교통사고로 인한 강력한 설장 타기를 두어 번씩 경험했지만
결국 낚는 데는 실패했다.
꽝을 칠 때 치더라도 같이 낚시를 다니는 것은 즐거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즐거움은 나눌 때 배가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기쁨은 이런 즐거움에 욕구 충족까지 더해지면 기쁜 것이다. 오늘 3명은 기쁨까지 맛봤다.
다음 조행에는 모두가 기쁨을 맛보기를 기대해 본다.
이렇듯 즐거운 만남이 이제 올해는 몇 번 남지 않은 것 같다.
늦가을의 마지막 피딩을 기대해 보며 몇 번 남지 않은 즐거움과 기쁨을 위해 다음 주말을 기대해본다.

22년 22번째 조행에서 2수를 건졌다.
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