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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낚시/2022년

2223 - 가을의 축복 / 여우섬

by *로빈* 2022. 10. 21.

시즌이 끝나기 전 한 번은 평견의 기회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평견을 자주 나오지도 못했지만 견지를 다닌 이후 아마도 올해가 최고로 저조한 조과로 인해
마음속에 약간의 조과에 대한 욕심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주말처럼 자리 전쟁이 있지 않을것이고 최근 3일 동안 때아닌 강추위로 인해 움츠려 들었을 타임 오늘이 길일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내가 좋아하는 목계 여울

그리 이른 시간이 아님에도 이곳 기온이 4도 실질 체감은 더 떨어질것이나 바람이 불지 않아 그나마 낫다.
그런데 목계 입구로 들어 가려는 순간 주차장에 웬 국방색 차량이 많다 다리 아래로는 탱크가 기동훈련 중이다.
날은 좋은데 출조지가 문제 구나 조정지? 향교 ?

최근 경험상 출조지 선정이 가장 중요했다. 그럼 올해 한 번도 안 가본 이곳으로 우선 가보자
마음속에 조사가 한분도 없다면 무조건 입수한다라고 마음먹고 상황을 보니 내 마음을 알았는지 아무도 없다.

여우섬 가을 아침의 안개가 피어오르는 반영 수채화도 이런 수채화가 없다.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느낌

차를 주차시키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썰망에 깻묵을 꾹꾹 한가득 담아 여울을 향해 간다.
여울가로 가려했는데 아마도 올해 물난리에 여우섬의 샛강 구룡천에 문제가 많았던 듯
공사 진입로로 보이는 길이 나 있다. 편하게 걸어 들어간다.

구룡천 하류는 말끔히 정비된 상태

하류에는 많은 모래가 떠내려온 흔적이 있다.

하류로 내려와 여울 상황을 살펴본다.

구룡천의 토사가 맨 하류에 밀려와 둑을 만들어 여우섬 여울을 가로막고 있다.

일단 입수해 자리를 잡고 위쪽을 보니 이번에는 물안개의 향연이 나를 반긴다.
가을날의 남한강에서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이다.

혼자이고 안전에 유의해야 하기에 평소에는 이럴 경우 무리하지 않는 편인데
최대한 물골로 접근 코자 조심조심 들어가다 보니
수장대 머리 꼭대기만 보일 정도의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90톤대의 방류 보다는 조금더 적어야 이곳이 적당할것 같다.

하지만 물이 주욱 내리치는 상황이 아니라 구룡천 하류 지형이 물을 막아 약간의 소를 만들며
흐름이 느릿느릿한 여울이 만들어진 상태 내 마음에는 들지 않는 여울이지만 일단 혼자이기에 시도해 본다.

그러나 웬걸? 첫 흘림의 채비가 내려가기도 전에 한 녀석이 형님 오시느라 고생하셨다고 반갑게 맞아준다.

안개가 걷힌 후 이제는 나의 시그니쳐 사진이 된 수장대와 견지대를 찍어 본다.

윗 여울은 이제 햇살이 비춰지면서 전경이 총천연색으로 바뀌었다.

조용히 홀로 즐기는 시간 물살은 조금 약했으나 나 혼자만의 스타일 썰망 낚시로 썰망 앞을 계속 뒤지던 중
40분 후 다시 한 녀석이 응답을 해준다.

이제 내가선 여울에도 서서히 햇살이 비춘다. 수온이 다소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가을 견지는 활성도가 좋아진다.

기대감을 갖고 열심히 낚시를 진행했지만 쉽사리 녀석들이 반응해 주지는 않는다.
한 시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세 번째 녀석이 응답을 해준다. 이로서 오늘 일당 끝

2시간 반 동안 아랫 여울에서 느린 물살의 지루함을 이겨내고 그래도 3수를 올렸다.
여기서도 썰망 낚시를 했지만 윗 여울이야 말로 내 스타일의 낮고 빠른 여울이 형성돼 있기에 윗 여울로 올라가던 중
중간쯤 이곳이 더 물살이 좋아 보여 이곳에 자리를 잡는다.
수장대를 꼽았지만 이 사진에서는 잘 구분이 되지를 않는다.

먼저 누군가가 이곳에서 대박을 친 증거 돌어항만 봐도 조과를 가늠할 수 있다.
썰망이 이제야 조금씩 풀려 나가는 느낌이라 오히려 센 물살에는 금방 풀릴 것 같다고 생각하며
썰망을 깔고 채비를 내려 추가 바닥에 닿기도 전에 이전과 마찬가지로 한 녀석이 바로 응답한다.

이 사진에는 수장대의 위치가 조금 보인다.

20여 분 후 또다시 입질을 해준 녀석 여우섬의 여울과 늦가을 몸을 만든 누치의 힘이 배가 되어 당찬 손맛이 이어진다.

두 녀석을 올리고 나니 허기가 진다. 간단히 준비한 과일을 하나 먹고자 다시 차를 주차한 지역으로 올라와
간식을 먹는다. 오늘 조사들은 여우섬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직도 아무도 오지를 않는다.

가을이 따스한 햇살이 느껴지는 시간 입질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더 커지는 시간에
올라온 세 번째 녀석 줄자를 가지고 있지 않아 재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7자

세수를 낚고 무엇인가 잘못된 입질 같은 것을 받은 순간 여울로 치고 나가는 녀석 8자 잉어 이상의 힘을 쓰며
강대에 무리를 주며 힘을 쓰더니 대를 세울 틈도 없이 30미터를 치고 나간다.
결국 줄을 감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제발 채비를 가지고 가지 않기만을 기도하면 줄을 강제로 감으니 털려 나간다.
다행히 채비는 살려주고 갔다.

30여 분 후 네 번째 녀석을 맞이했다.
힘이 온전히 붙은 누치들이라 두어 마리 낚으면 세이코 8호 바늘이 벌어진다.
채비를 수시로 정비 해야 할 곳이 이곳이다.
세 번째를 낚고 조금은 무료할 즈음 한꺼번에 3분의 조사가 함께 하게 되었다.

아마 두 분은 목계에서 오신 것 같고 한분은 이곳 블로그에 자주 댓글을 달아주시던 청탄독조님이시다.
우연이 필연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나는 그분을 알지 못했는데 그분이 사진으로 본 나의 모습을 기억하시고는
반갑게 로빈이시죠? 하며 먼저 인사를 건네신다. 나보다 연배가 위 이신 대도 강한 물살을 버티는 튼실한
하체를 가지고 있으신 게 부러웠다.

네 수 이후 조사가 많아지자 입질이 확연히 떨어진다. 입질이 아예 없거나 아니면 확실하게 입질하거나 했는데
이후 서너 번의 입질을 계속 받았지만 털리고 만다.

한 시간이 지나서야 입질다운 입질을 받았다.
오늘 여기까지 8수가 썰망을 깔고 낚은 누치다.
짧게는 3미터 길게는 8미터 정도 사이에서 첫수부터 8수까지 오로지 썰망 앞에서 낚았다.
여우섬의 누치들은 양어장 누치가 아니라 야생성이 아직 살아있는 누치들의 소굴인 것 같다.

지난번 조행에서 흘림낚시의 대가 베가가 한마디 툭 던진 말을 기초로 얼마 남지 않은 깻묵을 주무르며
다시 복기를 하듯 시침을 해본다. 줄을 내리고 안착이 되기 시작하면 줄을 풀고 내리고 바닥을 느끼고 들어 올린다.
썰망 낚시처럼 흘림낚시도 계속해서 짧은 내림과 시침을 반복했는데 이는 채비가 중간에 떠있는 상태로
입질을 받기 상당히 어렵다. 누치는 아예 바닥에 있거나 완전히 띄우거나 하는 것이 입질을 받을 확률이 늘어난다.
적당히 중층 혹은 중하층을 휘저으면 광치기 좋다.
채비를 적당히 조절하면 바닥을 온전히 느껴도 채비가 결국은 흘러 내려간다는 느낌을 받으며 시침을 하니
서너 번의 입질에서 털린 후 드디어 한 녀석이 화답을 해준다.

텐 멍을 하면 좋겠으나 이제는 해가 서서히 떨어진다. 아쉬움보다 기대감 보다 더 컸던 오늘 조과에 만족을 느끼며
여울을 빠져나왔다.

나오면서 혹시나 목계에는 조사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살펴보니 한분도 없다.
도하 훈련을 하려는지 부표 형태의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주말 목계를 가고자 했는데 들어가는 입구가 탱크로 헤집어 놓아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늘이 올해 들어 가장 좋은 조과를 기록한 날 콜라주로 다시 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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