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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낚시/2022년

2225 - 혼자만의 시간 / 여우섬

by *로빈* 2022. 10. 31.

10월 말 늦은 휴가를 가족들과 함께 떠났다. 경주의 밤은 그 어느 곳 보다 황홀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곳은 동궁과 월지 조명이 다했다.

토요일 늦은시간 집에 도착 피곤함에 떡 실신되었지만 일요일 새벽 나는 혼자 길을 떠난다.
100km를 왔음에도 정속주행으로 천천히 도착한 시점에 나의 애마는 고맙게도 최고의 연비를 선사해준다.
연료 반 만 쓰고 도착한 기분이 좋다.

가는 길은 아직 안갯속이다.

여우섬에 도착했지만 여울 상황을 살펴볼 수는 없다.

주차 지역에 차박을 한 흔적의 차량 한 대가 서있다. 혹시 조사가 먼저 들어 있을지 몰라 내려다 보아도
안개로 인해 보이 지를 않는다.

7시 20분경 내려간 포인트에는 터진 돌어항으로 보아 아직 조과가 없는 것 같다.

희미한 안갯속에 아직은 수온이 찬 것 같아 해가 뜨고 수온이 서서히 오르면 좀 나아질까 기대해본다.

먼저 오신 조사님이 계셔서 양해를 구하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내가 선호하는 포인트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와
수심이 약간 깊다. 다행히 물살은 아주 좋다.

서서히 깨어나는 여우섬 일출 장면이 그 어느 곳보다 멋지다.

입수해서 줄을 흘리려고 채비를 보는 순간 목줄이 한번 감겨 있어 목줄을 잘라내고 바늘도 새로 매었는데
첫 흘림에서 바로 입질을 받았지만 교통사고였는지 40미터를 치고 내려가 바늘만 갖고 터졌다.
그러고는 50여분이 지나서야 두 번째 입질을 받았다. 오늘도 끊임없이 설망낚시를 시도했다.

이때 안개 사이로 누군가가 아랫 여울에 입수를 한다. 저거 반칙 아닌가요? 옆에 있던 조사분이 물어보신다.

해가 중천으로 오르면 서서히 물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아랫 여울의 시야는 이제 확실히 선명해졌다.

윗 여울도 완전히 안개가 걷히고 시야가 선명해진다. 기대감이 서서히 커지는 시간

남한강 승마클럽에서 여우섬으로 들어가는 승마코스가 있다더니 여우섬에 외승을 한 한 무리의 승마인들이
말을 타고 섬을 달린다. 멋지다. 스카이 다이빙과 더불어 승마도 한번 즐겨 봐야 될 것 같다.

이제 분간이 확실히 되는 시야를 제공한다. 이 정도면 입질이 왕창 들어와야 될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무려 한 시간 반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입질을 해준 녀석 옆에서 흘림낚시를 하던 조사님도 계속 털리더니 한수 올린다.

오늘 혼자 라면 더욱 심심했을 텐데 다행히 옆에 계셔 주셔서 고마웠던 분 지난번 후곡에서 한번 뵙고
우연히 두 번째의 만남이지만 친화력 있는 성격 덕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제부터 들어왔기에 미리 가신다고 가지고 있던 깻묵 모두 주고 가신다. 깻묵을 반만 채워 들어왔는데
다시 전투 의지를 발동한다.

설망 꼭 짜주고 내리니 바로 설망 앞에서 입질을 해준 녀석 역시나 설망발이 최고다.

오늘 일당은 했다. 이제 흘림낚시를 연습할 시간
추를 가볍게 교환하고 흘려 본다. 나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지만 이제라도 서서히 감을 잡아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결국은 입질이 두어 번 있었으나 이내 사라진 25미터 정도의 지점에서 입질을 받는 데 성공했다.
역시 멀리서 나온 녀석은 입이 아니라
코를 꿰고 나왔다.

가신분이 2수를 잡고 내가 4수째를 입장시킨다.

이제 할 것 다했으니 미련 없이 여울을 빠져나왔다.

늦가을이지만 아직 여름의 흔적이 남아있는 여우섬

80톤대의 방류가 되는 시점이 되면 언젠가 내가 또다시 찾아올 것을 기약하며 오후 1시쯤 자리를 뜬다.

10월 29일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가 생겼다.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의 명복과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와 가족들에게 힘 내시라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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